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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0 13:43

 

통닭 한 마리를 주문하면 작은 트리를 준다는 전단지의 광고에 그만 닭 한 마리를 주문했다.
저녁 늦은 시간, 연신 닭을 뜯고 있는 남편 옆에서 나는 작은 트리 장식을 했다.
전구의 불이 반짝인다. 앙증맞은 빨간 리본까지 달리니 제법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난다.


문득 어릴 적 오빠와 함께 크리스마스랍시고 트리를 위해 사용할 나무를 베러 산에 간 기억이 떠올랐다.
아마도 우리가 자른 나무 한그루는 전나무 종류로 기억한다.
그 작은 나무를 베어 오빠를 따라 내려왔던 뒷산의 눈 덮힌 작은 산길.
이제 그곳은 사람이 다닐 수 없는 길이 되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크리스마스 트리를 돈을 주고 산다는 생각도 못했지만
나무를 베어 장식하지 않고 사는 세상이 한편으로는 고맙다.
물론 플라스틱 트리를 만들기 위해 사용할 석유를 생각해도 한숨은 나온다.


반짝이는 전구 대신 조잡한 반짝이를 걸다가 부족하면 산에 가서 빨간 ‘망개열매’를 장식에 사용했었다.
아마도 우리가 망개라 불렀던 그 열매는 청미래 넝쿨 얻은 열매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작은 플라스틱 트리를 보면서 소년이었던 오빠가 생각난다.
지금도 그렇지만 늘 든든했고, 세상에 오빠만큼 똑똑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면서
그 옆에 서 있던 작은 꼬맹이는 이제 서른을 훌쩍 넘어 아줌마가 되었다.
소년은 목수가 되었다.


이 작은 기억들을 내가 언제까지 추억할까?
내년 이 맘 때에도 플라스틱 트리를 꺼내어 전구에 불을 켜면서
교회에 나가지 않으면서도 시커멓게 튼 두 작은 손으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던 어린 두 꼬마를 그려보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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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길^^
마을2009/11/23 14:11
아침에 출근해 이런 저런 서류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밖에서 '퍽' 소리가 났다.
아마도 차와 차가 부딪히는 소리.
아니다 다를까,
저기 길 건너 농로에서 흰 카니발 한대가 정차해 있고 사람이 내려 논으로 향하고 있다.
나와 친구는 뛰었다.
그리고 생협에서 빵을 굽고 있던 종혁씨가 자전거를 타고 부리나케 달려간다.

논 두렁에 머리가 박혀 있었는지 종혁씨가 머리를 세우고 응급처치를 하고 있다.
오토바이를 타고가던 어르신을 친  카니발 아저씨는 구급대에 전화하는 대신
보험회사에 전화를 하고 있었다.

내가 119에 구급요청을  하고 경찰서에 신고를 했다.

전화한 순서대로 사람들이 도착했다.
렉서스를 몰고 온 보험회사 직원.
119구급대
그리고 홍동파출소에 첫출근을 했다던 경찰 아저씨.

나도 자주 다디던 농로였는데
카니발은 분명 주변을 살피지 않고 달린게 분명하다. 
5m 정도 오토바이를 밀고간 흔적이 보인다.

아저씨가 피를 흘린다.
오른쪽 발목은 180도는 돌아가 보인다.
그 어르신의 모습에서 늙은 아버지의 모습도 보인다.
언젠가 오토바이 사고를 당했을 아버지도 저런 모습으로 논에 쳐박혀 있었지는 않았을까?
마을 사람들이 가던 길 멈추고 몰려오지만 얼굴에 묻은 흙 때문에
누구인지 잘 모르겠단다. 오토바이 번호로 경찰에서 신원조회를 한다.

또 한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르신 상태는 어찌 되었을까?

점심이 지난 지금도 오토바이는 여전히 그 눈둑에 엎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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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길^^
만부와 패랭이2009/11/06 11:34


그물코에서 키우는 개 만부 옆에는 늘 패랭이라는 작은 개가 있어요.
가만 보면 패랭이는 하루 종일 생협 정원을 떠나는 일 없이 이곳을 지켜요.
생협의 태건씨가 구워주는 유기농 빵을 좋아하고,
들에 있는 도꼬마리를 좋아하는지 도깨비 열매들을 늘 털에 달고 다녀요.
묶여 있는 만부에게 가끔의 홍동의 개들 소식을 전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봐요.

비가 오면 가끔 만부 집에 신세를 지고 사는데 이런 패랭이에게는 집이 없어요.
생협 정원이 패랭이의 집인 셈이니 꼭 집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거에요.
몇 년전부터 패랭이 집이라고 그물코에서 장만한 개집이 있었는데 패랭이는 그곳을 들어가질 않았다고 해요.
그래서 구건물 귀퉁이에 치워 뒀었지요. 패랭이야말로 정말 자유를 아는 작은 개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어요.

올 겨울에는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으로 묵혀놓은 집을 다시 꺼내어 만부집 옆에 슬쩍 둬봤습니다.
한동안은 제 집을 보고도 꿔다놓은 놓은 보리자루 보듯 들어가지 않고 정원의 맘 내키는 곳에 누워 가을 햇살을 만끽하기만 했지요.

그런데 추석을 쇠고 생협 주차장에 들어서고 있는데 그 작은 패랭이가 자기 집에서 쏙하고 나오는거에요. 정말 쏘옥 하고~
그렇게 나와서는 기지개 한번 켜더니 아주 오래전부터 살아오던 집인 듯 꼬리를 흔듭니다.
모두들 패랭이가 그 집에 들어가지 않을 거라고 말했거든요. 
인기척을 느끼고 제 집에서 쏙 하고 나오는
패랭이를 보니 기분이 좋아져서 예쁘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습니다.
정원의 자유로움도 좋지만 비바람을 막을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정감 있고, 든든함이 있었습니다.
안 해도 될 걱정을 했던 나에게는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지요.


이  가을에 패랭이에게 집 한 채가 다시 생겼고, 평화로운 날들이 이어집니다.

(추석 보내고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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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길^^

4대강 반대!!